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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진짜 개지랄이다

ㅇㅇ비회원조회 1추천 0댓글 0

로또는 진짜 개지랄인 게 번호 맞히기도 전에 사람 혼자 인생을 세 번쯤 바꾸게 함. 아직 결과도 안 나왔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회사 그만뒀고 이사 끝났고 침대까지 바꿨음. 현실은 퇴근하고 누워서 내일 알람이나 맞추는 중인데.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하거든. 큰 거 안 바라고 밀린 거 정리하고 좀 편하게 살면 좋겠다, 딱 이 정도. 근데 생각이 거기서 안 멈춤. 쉬는 동안 뭐 할지 정하다가 여행지 검색하고 숙소 보고 있음. 당첨도 안 된 놈이 성수기 가격 비싸다고 혀 차고 있다. 진짜 누가 누구 걱정을 하냐.

제일 웃긴 건 아무도 돈 달라는 말을 안 했는데 혼자 주변 사람한테 얼마씩 줄지도 정한다는 거임. 부모님은 당연히 챙기고 누구한테는 말하고 누구한테는 숨길지까지 고민함. 통장에 찍힌 돈은 그대로인데 인간관계 정리는 벌써 한 바퀴 돌았음.

그러다가 돈 생긴 거 티 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갑자기 신중해짐. 차도 바로 안 바꾸고 당분간 평소처럼 다녀야지 이러고 있음. 씨발 평소처럼 다니는 건 이미 너무 잘하고 있는데 뭘 또 연습하냐고.

퇴사하는 상상도 은근 구체적임. 막 책상 뒤집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하게 말하고 나오는 장면을 돌려 봄. 괜히 침착한 척하면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함. 그 개인적인 사정이 현재로서는 종이 한 장밖에 없다는 게 문제지.

결과 확인할 때가 되면 또 웃김. 안 될 거 알면서도 화면 뜨기 직전에는 잠깐 조용해짐.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 로딩이 조금만 길어져도 괜히 자세 고쳐 앉음. 휴대폰이 버벅거린 건데 인생 바뀌기 전의 정적이라고 혼자 해석하고 있음.

그리고 꽝.

진짜 성의 없이 꽝. 아까까지 머릿속에 있던 집이랑 차랑 여행 일정이 한 번에 없어짐. 예약한 적도 없는 숙소에서 강제 체크아웃 당한 기분임. 몇 초 전에는 퇴사 통보 연습하던 사람이 다시 출근 시간 계산하고 있음.

이상하게 한 번 확인한 걸 또 확인하게 됨. 혹시 다른 줄을 빼먹었나, 내가 잘못 봤나 싶어서 종이를 펴 봄. 번호 하나씩 대조하다가 그제야 진짜 끝남. 기계가 못 찾은 당첨을 내가 눈으로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마지막 발악임.

숫자 하나 차이 나는 것도 괜히 열받음. 애초에 가까운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근데 눈으로 보면 자꾸 아깝다는 말이 나옴. 맞은 게 아니라 그냥 옆 숫자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골대 맞고 나온 슛처럼 처리함. 그 정도면 숫자한테도 민폐임.

더 웃긴 건 한 줄에 있어야 할 숫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그걸 모아 본다는 거임. 위에서 하나, 아래에서 하나 가져오면 뭐가 될 것처럼 봄. 로또를 샀지 숫자 조립 키트를 산 게 아닌데 혼자 퍼즐 맞추고 있음. 종이만 접었다 폈다 하다가 결국 똑같이 꽝.

누가 꿈값이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난 결과 확인하고 나면 꿈보다 짜증이 더 선명함. 잠깐 상상한 건 맞는데 그 상상 속에서 소비를 너무 많이 했음. 돈은 안 썼는데 기분상으로는 가구까지 다 반품한 사람 돼 있음.

그 와중에 당첨되면 돈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글 같은 건 또 왜 그렇게 진지하게 읽었는지 모르겠음. 당장 내 할 일은 관리할 거금 걱정이 아니라 이번 달 카드 명세서 확인인데.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돈 보관할 곳부터 고민하는 거 보면 순서가 완전히 뒤집혔음.

가끔 누가 번호 잘 골랐다는 말을 하면 나도 모르게 귀가 열리는 것도 짜증남. 번호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닌데 뭘 잘 골랐다는 건지. 결과 나오기 전에는 이상하게 전부 그럴듯하게 들림. 결과 나오고 나면 그냥 검은 숫자 여섯 개고.

그래서 로또 얘기할 때 제일 못 믿을 말이 기대 안 한다는 말임. 적어도 나는 그 말을 하는 순간부터 이미 기대 중인 것 같음. 진짜 관심 없으면 당첨됐을 때 누구한테 먼저 전화할지까지는 생각 안 하겠지. 무심한 척만 했지 혼자 엄청 바빴던 거임.

딱 거기서 끝내면 되는데 아까 머릿속에서 샀던 물건들이 좀 늦게 사라짐. 꽝인 거 확인하고도 쇼핑창이 열려 있으니까 몇 초 동안 멍하게 봄. 방금까지는 무슨 색 살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창부터 닫아야 됨. 장바구니도 아니고 브라우저 탭으로 현타가 오네.

결국 남는 건 구겨진 종이랑 내일 울릴 알람임. 당첨 전후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혼자 부자 됐다가 다시 돌아와서 괜히 피곤함. 진짜 돈을 잃은 것보다 생기지도 않은 돈을 이미 내 돈처럼 생각했던 게 더 어이없음.

오늘의 결론 같은 거 없음. 그냥 로또 개지랄이라고 한 번 쓰고 싶었음. 아까 머릿속에서는 월요일 오전에 느긋하게 커피 마시고 있었는데 지금은 알람 하나 더 맞춰야 하나 고민 중이다. 당첨번호는 다 틀렸는데 출근 시간만 존나 정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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